프레데리크 쇼팽(Frédéric Chopin)은 오늘날 '피아노의 시인'이라 불립니다. 평생 거의 피아노 작품만을 썼고, 리스트(Liszt)와 더불어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 중 한 명이었던 그에게 어울리는 별명이죠. 리스트가 대중의 환호를 받는 화려한 비르투오소였다면, 쇼팽은 대규모 연주회를 싫어하고 친밀한 사람들과 작은 공간에서 연주할 때에야 비로소 내면을 드러내는 살롱 연주자였습니다. 작곡에서는 바흐(Bach)와 모차르트(Mozart)에게서 영향을 받았을 뿐 이렇다 할 스승이 없었음에도 10대 시절부터 이미 자신만의 세계를 드러냈죠. 낭만주의 건반 협주곡의 완성을 알린 두 곡의 피아노 협주곡이 좋은 예입니다. 쇼팽이 남긴 260여 곡의 피아노 작품은 낭만주의 피아노 음악의 정점입니다. 많은 작품이 전통적인 춤곡 형식의 소품인데, 쇼팽은 이를 몸이 아닌 영혼의 춤곡으로 승화했습니다. 그가 쓴 폴로네즈와 마주르카는 조국 폴란드를 향한 향수를 담아낸 개인적인 고백이며, 왈츠와 야상곡은 살롱 음악의 변용입니다. 반면 스케르초와 발라드에서는 즉흥 연주의 자유로운 형식을 활용해 내밀한 감정을 표현했죠. 또 연습곡과 전주곡은 피아노 연주의 기술적 측면은 물론, 예술적 측면에서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찬사를 받고 있습니다.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피아노 작품은 슈만(Schumann), 리스트 등 동료 작곡가에게 큰 영향을 주었고 라흐마니노프(Rachmaninoff), 스크랴빈(Scriabin) 등 20세기 작곡가들에게도 흔적을 남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