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anks for the Dance

Thanks for the Dance

2016년 10월, 'You Want It Darker'를 발표하고 3주 후 타계한 캐나다의 전설적인 싱어송라이터 Leonard Cohen. 그는 아들에게 '아직 발표하지 않은 노래들을 마저 세상에 내달라.'라는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일생을 음악을 위해 살다 간 아버지, 그런 아버지에 대한 헌사의 의미로 아들 Adam은 바로 이 'Thanks for the Dance'를 완성했다. '분명 아버지도 듣고 싶으셨겠지.'라고 생각하면서 아버지가 남겨둔 음성을 덧입히고 곡들을 정성껏 매만졌다. 미발표 신곡으로 채워진 Cohen의 사후 발표작 'Thanks for the Dance'는 아들이 아버지께 바치는 사랑과 존경의 표식인 것이다. 신보 발매를 기념해 가진 인터뷰에서 Adam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이건 제 앨범이 아닙니다. 제 개인적인 의견은 배제하고 오직 아버지의 취향만을 반영해서 모든 걸 결정했어요.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저는 아버지의 호불호를 확실하게 알거든요. 그게 저의 강점이었죠." 프로듀서로서 누구보다 최적화되어 있었던 아들 Adam Cohen. 그가 직접 앨범 각 트랙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주고 하이라이트를 짚어주었다. Happens to the Heart "아버지의 말년을 지켜본 사람이라면 모를 수가 없을 정도로 아버지가 강박적으로 물고 늘어지던 노래가 하나 있었습니다. 집요하다 싶을 만큼 완벽에 완벽을 기했죠. 그 곡이 바로 이 곡입니다. 곡을 완성하려고 정말 작정하고 매달렸는데, 아버지가 흡족해할 만한 반주를 뽑아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아버지는 노래로 인생을 관통하는 비극이나 삶의 근본적인 논지를 이야기하곤 하셨는데, 이 곡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보컬은 정말이지 굉장해요. 경이로울 정도죠. 마치 아버지의 심정을 대변이라도 하듯 갈라지고 깨져있는데, 그 자체가 그에게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봅니다. 아버지가 남기신 음성 녹음본은 저에게 있어 아버지의 분신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아버지를 영원히 제 곁에 두고 간직할 수 있는 방법이었기에, 앨범 작업에 더더욱 애착이 갈 수밖에 없었죠. 그렇지만 무엇보다 제게 중요한 건 곡을 제대로 이해하고 완성하는 거였습니다. 마디마디를 철저하게 분석하고, 아버지가 최종 승인한 보컬 파트를 모으고, 팬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음악적 언어와 화음을 설정하는 게 저에게 주어진 첫 번째 과제였죠." Moving On "아버지가 구상한 건 최면을 걸듯이 같은 구절을 거듭 반복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시도는 족족 실패로 돌아갔죠. 보시기에 뭔가가 부족했던 모양이에요. 그래서 저는 본질적인 것으로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강력한 흡인력을 가진 아버지의 보컬을 전면에 내세우고, 이스턴 사운드에서 많이 쓰던 트레몰로 주법을 차용했죠. 여기 삽입된 건 LA에 있는 저희 집 뒷마당에서 녹음한 거예요. 만돌린 연주자 Avi Avital과 스패니시 기타의 거장 Javier Mas가 연주를 맡아줬죠. 노래가 전반적으로 꿈처럼 그립고 아련한 느낌을 줘요. 'As if there ever was a you'라는 구절이 특히나 끝내주고요. 이건 여담인데, 보컬 레코딩을 하던 동안에 우리는 Marianne Ihlen이 세상을 떠났다는 슬픈 소식을 접했습니다. 부고를 듣고 다시 보컬 녹음에 들어갔는데, 아버지가 가사를 수정하시더라고요. 제 기분 탓일지도 모르지만, 꼭 Marianne에게 띄우는 작별 인사처럼 느껴지더군요. 그래서 그 로맨틱한 느낌을 한껏 살려서 지중해 분위기가 물씬 풍기게끔 만들고 싶었습니다." The Night of Santiago "아버지의 시 중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의 제목입니다. 사실 이건 스페인 시인이자 극작가 Federico García Lorca의 시를 번안한 거예요. 몇 년 동안 수정 중인 상태였죠. 집 앞 잔디밭에서, 식사를 할 때나 커피를 마실 때 각색한 걸 읊어주시곤 했어요. 저는 너무 좋아서 이걸로 노래를 만들어보자고 아버지께 매번 사정사정했었죠. 돌아가시기 전 몸이 많이 쇠약해지셨을 때 아버지가 말씀하시더군요. '나는 그저 일정한 템포로 시를 낭송하기만 할 테니, 나머지는 네가 알아서 하거라.'라고 말이죠. 곡을 쓰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건 저에게 완전히 일임하셨어요. 레코딩은 스페인에서 거의 다 진행됐어요. 스페인 싱어 Sílvia Pérez Cruz, 기타리스트 Javier Mas와 Carlos de Jacoba가 참여해 플라멩코의 흥취를 한껏 불어넣어 줬죠. 텍스처가 굉장히 풍성하고 볼륨감 넘치는 곡이에요.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오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놓치지 않고 집어넣으려고 애를 썼어요. 그렇게 1차로 완성된 걸 LA로 갖고 왔고, 거기에 Beck이 기타랑 구금(Jew's harp) 사운드를 레이어드해 넣었죠. 덕분에 시네마틱하고 극적인 느낌이 한층 더 살아났어요. 작업 과정 하나하나가 정말 재밌었답니다." Thanks for the Dance "아버지는 'Old Ideas'나 'Popular Problems', 'You Want It Darker' 같은 전작들의 기조를 이어가고 싶어 하셨어요. 또 몇 년간 자신만의 방식이 뭔지 밝혀내려고 애쓰셨죠. 이 특별한 버전은 아마 아버지 마음에도 쏙 들었으리라 생각해요. 이 곡을 들으면 'Dance Me to the End of Love'나 'Hallelujah'가 자연스럽게 연상돼요. 'Stop at the surface, the surface is fine' 같은 구절엔 몇몇 작품에서 엿보이던 Cohen 특유의 가벼운 풍자나 넉살스러움이 묻어있죠. 삶에 대한 비관적 시선이나 체념, 냉소와 유머가 하나로 압축되어 있어요. 아버지의 오랜 보컬 파트너인 Jennifer Warnes가 우리 집으로 와서 노래를 불러줬는데, 녹음을 마쳤을 때 어딘지 모르게 상당히 익숙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Jennifer의 여성스러운 목소리와 아버지의 나지막한 바리톤 보이스가 빚어내는 아름다운 울림, 그 심금을 울리는 하모니는 상당히 익숙하고 친숙하게 다가오죠. 'You Want It Darker'의 묵직하고 어두운 분위기를 갖고 있으면서도 한결 부드럽고 낭만적이고 풍성한 느낌을 주고요." It’s Torn "10년 전쯤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한 곡이에요. 아버지와 같이 곡도 여럿 쓰고 투어도 많이 다녔던 단짝 Sharon Robinson와 함께 쓴 노래죠. 근데 결국엔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Dustin O'Halloran에게 갔어요. 곡에는 아버지 노래 'Avalanche'에서 따온 코드가 차용되어 있습니다. 그는 삶은 불완전한 것이라는 일관된 메시지를 던지면서 망가지고 깨진 것들이 지닌 위대함과 경이로움을 이야기했죠. 그가 말하던 '불완전의 미학'은 여기에도 적용됩니다. 노래 중간에 보면 'It's torn where there's beauty, it's torn where there's death/It's torn where there's mercy, but torn somewhat less/It's torn in the highest, from kingdom to crown/The messages fly but the network is down/Bruised at the shoulder and cut at the wrist/The sea rushes home to its thimble of mist/The opposites falter, the spirals reverse/And Eve must re-enter the sleep of her birth.'라는 가사가 있어요. 제가 보기에 이 가사는 성경처럼 들립니다. 그 누구의 노래에서도, 심지어 Bob Dylan 노래에게서도 이런 구절을 들어본 적 없어요. 목소리도 굉장히 침착하죠. 꼭 다윗 왕이 설교하는 것 같아요." The Goal "아마 이 앨범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곡일 겁니다. 'No one to follow and nothing to teach/Except that the goal falls short of the reach'라는 끝부분이 그야말로 백미죠. 의자에 가만히 기대앉아서 저물어가는 삶을 차분하게 관망하면서, 심오한 사색과 관대한 지혜를 나누던 아버지의 말년의 모습과 꼭 닮은, 그의 놀라운 통찰력이 여지없이 빛나는 가사예요. 아버지의 음악엔 문학, 유머, 서정성이 조화롭게 공존합니다. 제가 어렴풋이 짐작했던 그의 속마음과 정서 상태를 명확하게 보여주죠. 가장 기쁘고 놀라운 건 그의 음악을 들은 사람들 모두가 'Leonard Cohen이 아직 살아서 우리 곁에 있는 것 같다.'라고 거듭 말해준다는 겁니다. 이 곡이 특히나 그런 느낌을 주죠. 생생하고 파워풀하니까요. 말투나 톤이 꼭 연기하는 것 같아요. 그는 반대편에 서서 확고하고 단호하게 말하고 있죠." Puppets "이 시 역시 몇 년 동안 갖고 있었던 겁니다. 아버지는 몇 년 동안 '대체 왜 노래로 안 만드시냐.'라는 제 불평불만을 들으셔야 했죠. 제가 투덜거릴 때마다 아버지는 빙그레 웃으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괜찮은 곡을 써와 봐. 그럼 한 번 생각해볼게.' 화자의 태도도 그렇고 가사도 그렇고, 배짱 두둑하다 싶을 정도로 굉장히 대담하고 과격합니다. 곡 전체가 강철 같이 단단하고, 약간의 성스러운 느낌마저 풍기죠. 노래를 여는 'German puppets burned the Jews/Jewish puppets did not choose'라는 가사는 무서울 정도로 대담해서, 어레인지도 그에 걸맞게 강렬해야 했죠. 이 곡은 작업 과정 자체가 약간 비현실적이었어요. 먼저 우리는 베를린에서 독일인으로 구성된 합창단과 녹음을 했어요. 그리고 몬트리올로 가서 'You Want It Darker'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줬던 유대인 남성 합창단과 접선했죠. 그리고 녹음을 마무리 지었어요. 재밌지 않나요? 말 그대로 독일인과 유대인이 한 데 어우러진 거잖아요. 쓸 데 없는 감상벽은 배제하고 주위를 환기시킨 것, 그것이 이런 멋진 곡을 낳은 비결이었던 겁니다." The Hills "이 곡을 한 마디로 묘사하면 '의기양양'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아마 더 이상의 설명이 없을 거예요. 내레이터의 진술 부분은 약간 웃기기까지 해요. 여태껏 있었던 것들 중에서 가장 멋진 역설이죠.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노래한 곡이라서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의 한 부분처럼 보이기도 하고, 동시에 하나의 여정으로 볼 수도 있어요. 삭막하고 황량하고 무기력한테 그렇다고 해서 엄청 비통하거나 끔찍하지는 않아요. 웅장하고 고전적인 느낌과 참신하고 현대적인 느낌이 공존하고요. 이 곡은 다른 사람과 공동 프로듀싱한 유일한 곡이에요. 또 제가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하는 아티스트 Patrick Watson이 호른과 보컬 편곡을 맡아줬습니다." Listen to the Hummingbird "이 곡은 맨 마지막에 녹음했습니다. 앨범 완성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저희는 나름 고군분투 중이었어요. 여덟 곡만으로는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들었거든요. 이대로 세상에 내놓기가 왠지 민망했죠. 또 다른 게 필요하다고 판단했어요. 당시 저희는 베를린에 있었는데, 저희 바로 옆 스튜디오에서 작업 중이던 Bon Iver의 Justin Vernon이 이 곡 작업을 도와줬어요. 정말 놀라울 정도로 멋지고 소름 끼칠 정도로 감동적인 사운드를 만들어줬죠. 노래에는 심금을 울리는 무언가가 있었어요. 단숨에 사로잡혔을 정도로 매혹적이었죠. 그리고 아버지의 마지막 기자회견을 떠오르게 했어요. 'You Want It Darker'를 발매했을 때 가진 회견이었는데, 그게 그의 마지막 공식 석상이었죠. 아버지는 '새로운 시를 듣고 싶으십니까?'라고 물으시더니,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진해서 시를 낭송하셨었죠. 컨퍼런스 룸에 있던 싸구려 마이크 앞에 서서 말입니다. 저는 소니사에 오디오 협찬을 부탁했고, 기술적으로 보완한 다음 낭송 음원을 보정했습니다. 그리고 베를린에서 Bon Iver와 함께 만든 이 분위기 있는 멜로디를 덧입혀서 마침내 곡을 완성했죠."

국가 또는 지역 선택

아프리카, 중동 및 인도

아시아 태평양

유럽

라틴 아메리카 및 카리브해

미국 및 캐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