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태생의 바리톤 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Dietrich Fischer-Dieskau)는 리트 분야에 한 획을 그은 장인입니다. 분야를 막론하고 장인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바로 완벽을 향한 열망이죠. 피셔 디스카우는 이상적인 레코딩을 위해 한 리트 작품을 여러 차례 녹음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슈베르트(Schubert)의 연가곡 '겨울 나그네(Winterreise)'는 여덟 번이나 녹음해 만들었습니다.  1925년 베를린에서 태어난 그는 17세에 처음으로 '겨울 나그네'를 노래했습니다. 추운 겨울 방황하는 젊은이의 모습을 그린 이 노래는 전후 황량한 도시의 전경과 어우러져 어린 소년에게 묘한 기분을 남겼습니다. 일찍이 피셔 디스카우를 사로잡은 건 리트였지만, 그는 오페라 가수로 먼저 경력을 쌓았습니다. 31년간 모차르트(Mozart), 리하르트 슈트라우스(Richard Strauss), 바그너(Wagner) 등이 작곡한 이탈리아와 독일 오페라의 주요 바리톤 배역으로 무대에 섰죠. 오페라에서 내공을 쌓은 그는 리트를 노래할 때도 우아한 음색과 정교한 발음으로 다채롭게 감정을 표현합니다. 그가 부르는 리트를 들으면 3분 남짓한 시간에 마치 오페라 한 편을 감상한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2012년 세상을 떠난 그는 누구보다 많은 양의 성악 음반을 남겼습니다. 리트 음반만 무려 100여 장에 이르죠. 도이치 그라모폰(Deutsche Grammophon)은 그의 서거 10주기를 맞아 1949~2003년까지 그가 남긴 리트 녹음을 담은 107장의 음반 에디션을 발매했습니다. 20세기 위대한 성악가로 손꼽히는 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는 후대 연주자들에게 리트 해석의 기준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