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WANUKA

KIWANUKA

Michael Kiwanuka가 자신의 이름을 딴 셀프 타이틀 앨범을 만들 거라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거기에 더불어 앨범 커버는 마치 왕족 같은 모습으로 그린 본인의 초상화까지 담겨있다. 이 재능 넘치는 싱어송라이터는 Kanye West의 러브콜을 받아 'Yeezus' 앨범에 세션으로 참여하기도 했지만, 세간의 갖은 찬사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성공을 의심하는 '가면 증후군'에 시달리며 괴로워했다. 그의 극심한 자기 의심은 2012년 데뷔 앨범 'Home Again'이 머큐리 상 후보에 오르기도 전에 이미 그의 세상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터무니없는 생각이라는 건 알지만 부정적인 생각과 의심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어요. 좌절감이 정말 컸어요. 저는 그저 큰 걱정 없이 음악을 하고 싶고, 아티스트로서 일말의 자신감을 갖고 싶을 뿐이었거든요." 세 번째 정규 앨범 'KIWANUKA' 발매를 기념해 마련한 Apple Music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얘기한다. 자기 정체성에 대한 그의 고민은 다른 아티스트들이 무대 위에서 혹은 소셜 미디어 안에서 자신의 페르소나를 어떤 식으로 창조하는지, 그 방법에 대한 연구로 이어졌다. 그리고 그 고찰은, 스스로 '반자아(anti-alter-ego)'라고 설명한 신보 'KIWANUKA'에 지대한 영감을 줬다. "이 앨범은 제 자신에 대한 진술서와 같아요. 어둡든 밝든, 그 모든 게 저의 모습이에요. 사람들이 좋아할 수도, 싫어할 수도 있지만 상관없습니다. 적어도 제가 어떤 사람인지는 분명하게 알 수 있을 테니까요." 그는 스스로를 인정하고 믿는 방법을 어느 정도 터득한 듯하다. 새 앨범은 소울과 포크의 기반에 사이키델리아, 퍼즈 록, 체임버 팝을 블렌딩해 만든 완성도 높은 곡들로 알차게 채워져 있다. 전작 'Love & Hate'에도 참여했던 Danger Mouse와 영국 프로듀서 Inflo와의 환상적인 호흡 또한 눈 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싱어송라이터로서 이미 그 비범한 재능을 인정받은 Kiwanuka. 그가 이번 앨범을 통해 어떤 새로운 면모와 음악적 야망을 내비쳤는지 그의 곡 설명을 통해 자세히 알아보자. You Ain’t the Problem "저는 인간이란 존재를 사랑합니다. 이 곡엔 그런 저의 인간애가 가득 묻어나는 곡이죠. 우리는 종종 우리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들인지 잊어버리곤 합니다. 사람을 필터로 거르고 구분하죠. 소셜 미디어도 그 필터 중 하나가 아닐까 싶어요. 사람들이 꺼려 할 만한 것, 자기 기준에 맞지 않는 것들을 필터로 거르고 숨기니까요. 이런 것들을 척도로 자신을 판단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식으로 구분하면 세상에 문제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안 그래요? 저는 이 노래를 통해서 모두에게 이야기해주고 싶었습니다. '당신에겐 아무런 문제가 없다. 당신은 있는 그대로로 충분하다.'라고 말입니다. 세상의 시선이나 기준을 신경 쓰면서 자신을 깎아내려서는 안 돼요. 자기답게 살면 됩니다. 스스로를 더욱 깊이 알려고 노력하고 사랑해야 해요. 나를 유일무이한 존재, 멋진 사람으로 만드는 마법은 바로 거기서부터 시작되는 겁니다." Rolling "이 곡에 'Rolling with the times, don’t be late'이라는 구절이 나오는데, 저에게 있어서 아티스트가 된다는 바로 이런 거예요. 저는 아직도 제 자리를 찾기 위해 애쓰고 있어요. 하지만 벌써 자기 자리를 찾은 사람도 있고, 온라인에 자기 곡을 게시하거나 최신 트렌드를 배워가면서 시대 흐름에 잘 적응하는 사람도 있죠. 똑같이 30대 중반이라도 누구는 아직 결혼도 안한 싱글이고, 누구는 벌써 한 아이의 부모고 그렇잖아요. 그저 사람에겐 나름의 속도가 있으니, 다른 사람 신경 쓸 것 없이 자기 속도대로 가면 된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뿐이에요. 사운드적으로는 초기 Stooges 음반이나 Serge Gainsbourg 음악 스타일을 염두에 두고 작업했어요. 퍼즈 사운드로 가득한 강렬한 노래를 만들고 싶었죠." I’ve Been Dazed "Funkadelic 멤버 Eddie Hazel은 제가 최고로 좋아하는 기타리스트입니다. 그가 쓴 곡에는 항상 마음을 뒤흔들 만큼 아름다운 화음이 있고, 이 곡에도 마찬가지로 멋진 화음이 있어요. 그래서인지 곡이 꼭 찬송가 같은데, 가사는 상당히 우울합니다. 노래의 화자는 자존감이 낮고 자기 비하에 빠져 있어요. 또, 자신의 뒤를 쫓는 괴물 같은 악몽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고 있죠. '수시로 악몽에 시달린다. 난 그저 여기서 벗어나고 싶을 뿐이고, 그럴 준비가 되어있다.'라고 발악하는 느낌이랄까요." Piano Joint (This Kind of Love) [Intro] "10대 시절, 음악은 저의 비상구였습니다. 저는 현실에서 도망쳐 음악의 세계에 무작정 빠져들었어요. 몇몇 앨범은 듣고 있으면 마치 그 아티스트의 세계로 순간이동하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곤 했었죠. 그때 그 감정을 이번 앨범에 꼭 담고 싶었습니다. 곡곡이 매우 선명하고 빈틈이 없을뿐더러, 트랙 사이사이에 갭이 없어서 마치 전체가 하나로 연결된 듯한 느낌을 주죠. 다음 트랙으로 자연스럽게 흘러들어가는 곡도 있고 간주곡이 필요한 곡도 있는데, 이 곡 같은 경우는 후자에 속합니다. 언젠가 제가 베이스를 치고 있었고 Inflo가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었는데, 이 인트로의 악상이 번뜩 떠올랐어요. 저는 Marvin Gaye에 빙의한 듯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죠. 그의 70년대 레코드처럼 분위기가 상당히 어둡고 깊고 우울한 소울 튠인데, '피치를 다운시켜서 좀 더 다르게 들리게 만드는 게 어떠냐.'라는 Danger Mouse의 의견을 수용해서 곡을 다듬었습니다." Piano Joint (This Kind of Love) "이 곡에는 저의 일부가 오롯이 담겨 있습니다. 저는 항상 우울한 노래를 좋아했어요. 슬퍼하면 할수록, 그 후에 밀려드는 행복감이 커지게 마련이니까요. 이건 Gil Scott-Heron이 구사하던 70년대 이스트코스트 소울을 생각하면서 쓴 곡이에요. 원래는 피아노 발라드로 만들려고 했는데 드럼을 넣으면 좋을 것 같아서 Inflo에게 드럼을 맡기고 저는 베이스를 쳤죠. Inflo는 정말 훌륭한 드러머거든요. 그다음, 이전 앨범의 스트링 파트를 도맡아줬던 편곡자 Rosie Danvers를 투입했습니다. 그녀에게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니 엄청 아름답게 만들어 달라.'라고 했더니 아주 끝장을 내놨지 뭡니까. 정말 흠잡을 데 없이 멋진 곡이에요." Another Human Being "60년대 미국 시민들의 인권투쟁과 연좌시위와 관련된 뉴스 보도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곡입니다. 우린 곡 도입부 작업에 한창이었고, Danger Mouse는 샘플을 잔뜩 찾아놓은 상황이었죠. 곡은 상당히 멋졌어요. 다음 트랙 'Living in Denial'과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느낌이었죠. 트랙만 바뀔 뿐 거의 한 곡 같았어요. 이 곡 역시 70년대 바이브가 물씬합니다. 제가 유독 70년대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기는 하지만, 사실 저 뿐만 아니라 미국의 모든 젊은 흑인 남성과 여성들에게 60~70년대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우리의 정체성이 확고하게 완성된 때이니까요. 그러한 역사가 있었기에 우리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거고, 이렇게 자신감을 갖고 살아갈 수 있는 거겠죠. 제가 갖는 그런 무거운 경외심이 이 레코드에 고스란히 투영됐다고 보시면 됩니다." Living in Denial "저와 Inflo, Danger Mouse 각자의 개성이 살아있으면서도 셋이 완벽하게 합을 이룬 곡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논란의 여지가 없어요. 저는 The Delfonics나 The Isley Brothers, The Temptations, The Chambers Brothers 같은 소울 그룹이 되고 싶었는데, 그게 이런 식으로 현실화된 거죠. 이 곡 가사 역시 세상의 인정에 대해 고찰한 건데,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 꼭 누군가의 동의나 인정을 얻어야 할 필요는 없다. 내가 굳이 찾지 않아도, 내 곁에 있길 원하는 사람들은 스스로 알아서 그렇게 할 것이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Hero (Intro) "우리가 맨 마지막으로 완성한 노래에요.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를 집어넣자 곡이 훨씬 근사해졌죠. 'Piano Joint' 인트로 작업을 마치고 나서 생각했어요. 이 곡은 피치를 다운시켜서 로큰롤의 정형에서 벗어난 곡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이죠." Hero "가사 쓸 때 가장 애먹었던 곡이에요. 2년 동안 멜로디만 갖고 있었고 좀처럼 가사를 완성하지 못했어요. 노래가 싫어질 정도로 손댈 때마다 진땀을 뺐죠. 머릿속이 텅 비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극좌 흑인운동 단체 블랙 팬서(Black Panthers)의 리더인 Fred Hampton에 대한 글을 읽었고, 불꽃같이 살다간 위인들과 더불어 사고로 세상을 떠난 Jimi Hendrix처럼 짧고 굵은 생을 산 전설적인 인물들에 대해 생각해봤어요. 거기서 이 가사의 힌트를 얻었죠. David Bowie나 Bob Dylan 같은 뮤지션들이 어떻게 무수한 추종자들을 거느린 신화적인 존재가 되었을까 생각해보면 참 재밌어요. 그들은 영웅이에요. 실제로 어떤 사람이었는지 우리로선 알 길도, 딱히 알 필요도 없죠. 저는 그들 같은 영웅이 아닙니다. 그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는 게 슬플 따름이죠. 'Am I a hero?'라는 물음은 '그들처럼 했으면 나도 모두가 존경하는 그런 위대한 인물이나 아티스트가 될 수 있었을까?'와 같은 질문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겁니다. 결론은 '나는 그만한 그릇이 못 된다.'로 나죠." Hard to Say Goodbye "Isaac Hayes와 David Axelrod 같은 소울 대부들, 그리고 오케스트레이션과 스트링에 대한 애정이 가득 깃든 곡입니다. 실제로 Nat King Cole 곡에서 코드 하나를 샘플로 따 왔어요. 그리고 20인조 현악 오케스트라를 투입했습니다. Little Simz와 작업했던 실력파 피아니스트 Kadeem Clarke, 드러머 Nathan Allen의 멋진 연주에 더블 베이스 첼로 사운드까지 더해져서 곡이 훨씬 풍성해졌죠. 무척 재밌는 작업이었어요." Final Days "처음엔 이 곡이 본 앨범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멋지긴 한데 '좋다'라는 생각까진 안 들더라고요. 가사를 붙이니까 좀 낫긴 했는데, 여전히 뭔가 빠진 것 같았습니다. 우주처럼 텅 빈 공간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죠. 그래서 엔지니어 Kennie Takahashi에게 그런 공백감을 살릴 만한 샘플이 없겠냐고 물었어요. 그리고 마침내 적당한 걸 찾았죠. 분위기가 상당히 어두운데, 그 속에서 허무감이나 상실감이 느껴졌어요. 듣는 순간 소름이 쫙 돋더라고요. 근데 나중에 그게 날조된 모작이었다는 걸 알게 됐어요. 60년대 이탈리아 예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누군가가 날림으로 만든 가짜였던 거죠." Interlude (Loving the People) "이전 곡 'Final Days'는 멋진 곡이었지만 결국 방향을 틀어야 했습니다. 월리처 오르간으로 멜로디를 썼는데요, 'Final Days' 끝부분에서 시작해서 쭉 연장되는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우주선이 목적지에 착륙한 것처럼 완전 다른 곳에서 끝납니다. 근데 거기서 좀 더 뻗어나가게 하고 싶었어요. Danger Mouse가 미국 국회의원이자 시민인권단체 수장인 John Lewis 샘플을 따왔는데 듣기 좋더라고요. 코드랑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느낌도 들고. 그래서 곡에 집어넣었죠." Solid Ground "모든 스트링과 소리들, 인터루드를 전부 걷어내면, 제 음악에서 결국 남는 건 기타와 피아노라는 걸 한 번쯤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Rosie가 멋지게 편곡을 하고 마무리를 지어줬죠. 세션들이 다들 어딘가에 가 있어서 작업을 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제가 악기 연주를 도맡을 수밖에 없었어요. 드럼뿐만 아니라 모든 악기를 전부 다 연주했죠. 이 곡에서는 저의 또 다른 면을 보실 수 있으실 겁니다. 가사는 편히 쉴 곳을 찾아 헤매는 한 사람의 이야기고요." Light "저는 이 마지막 트랙을 꿈의 조각에 비유하고 싶어요. 평화와 희망의 메시지가 가득 담겨 있고, 이 장대한 여정을 멋지게 마무리 지어주는 곡이죠. '빛'이라 하면 긴 터널 끝에 있는 눈부신 빛줄기라든가 마음속의 빛 같은, 찬란하고 긍정적인 이미지가 먼저 떠올라요. 우리가 항상 추구하는 평화롭고 행복하고 즐거운 나날이 머지않아 오리라고 저는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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