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파헬벨

바로크 시대의 독일 작곡가 요한 파헬벨(Johann Pachelbel)은 오늘날 거의 '카논(Canon)'으로만 대중에게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파헬벨은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작품을 많이 쓴 대가였습니다. 1653년 뉘른베르크에서 태어난 그는 일찍부터 뛰어난 오르간 연주자로 명성을 떨쳤으며, 빈과 독일 각지에서 두루 활동하며 루터교와 가톨릭교의 음악 전통을 고루 흡수했습니다. 그는 바흐(Bach) 집안과 친밀하게 지냈는데, 그중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에게 큰 영향을 미치기도 했죠. 파헬벨은 당대에 오르간 음악 작곡가로 널리 알려졌으며, 독일의 건반 음악 전통을 두루 활용해 코랄, 푸가, 환상곡, 토카타 등 200개가 넘는 오르간 독주곡을 남겼습니다. 또 칸타타, 모테트, 미사 등 라틴어와 독일어 교회 음악 작품도 많이 썼습니다. 이탈리아 음악의 화려하고 세련된 형식에 독일 전통을 조화시킨 그의 작품들은 교회 음악의 모범으로 꼽혔습니다. 그 시기에 활약한 많은 작곡가가 그랬듯 파헬벨 역시 세상을 떠난 이후 잊혔지만, 20세기에 접어들어 여러 시대악기 연주자들이 그의 음악에 주목하면서 부활했습니다.